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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가처분 판결’, 국민의힘 왜곡 주장 따옴표에 부정확한 제목까지따옴표 저널리즘, 일방적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인식할 우려
민주언론시민연합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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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9.09  11:21:08
수정 2022.09.09  11:3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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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방법원은 8월 26일 오전,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정지를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결정 3시간 만에 이의신청을 제출했는데요.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8월 29일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서도 제출했습니다. 같은 날 이준석 전 대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과 권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상대책위원 8인의 직무 집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국민의힘에서 불거진 내홍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격화하는 모양새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월 26일부터 31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관련 보도를 전수분석했는데요. 판결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기사 제목으로 전하거나 국민의힘 인사 일부의 주장을 확인 않고 그대로 받아쓰는가 하면, 확인되지 않은 주장에 철 지난 색깔론을 꺼내들며 동조하는 듯한 보도행태가 나타났습니다.

가처분 신청 각하인데 왜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결정 후,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8월 26일)에서는 진행자 최영일 시사평론가와 출연진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영일 시사평론가 : 꼭 확인하고 여쭤봐야 하는 게, 연합뉴스 <1보/법원,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그럼 이게 가처분이 인용됐구나? 이렇게 당연히 이해를 하는데, 바로 이어서 <속보/법원, 가처분 신청 각하>, 각하면 안 다루겠단 얘기로 이해가 되는데… 안 다루는데 왜 다룬 거죠?

박정호 오마이뉴스 기자 : 그러니까 이게 일부 인용됐다.

진행자 최영일 시사평론가 : 일부 인용이다? (중략) 일부 인용, 근데 각하는 왜 나온 거예요?

임경빈 작가 : 이게 그러니까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 매체들은 속보, 빨리 보내야 한다는 경쟁이 있다 보니까 약간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 것 같은데, 각하가 뭘 각하한 건지, 인용은 뭘 인용한 건지를 정확하게 속보로 전달이 안 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생긴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각하가 된다는 건, 뭐가 각하가 된 거냐면, 채권자인, 그러니까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정당을 향해서 제기한 소송은 각하. (중략) 그건 각하했는데, 채무자가 주호영 비대위원장인 거, 주호영 비대위원장인 거에 대해서는 인용. (중략) 그러니까 사실은,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이준석 대표 입장에서는 뭐가 각하되고 뭐가 인용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실제로 그래서 비대위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건데, 이번 가처분 신청 결과로 보면 이준석 대표가 이겼다. 비대위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게 돼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자 최영일 시사평론가 : 동시에 두 개의 속보를 보고, 이게 상반된 입장으로 들리니까 왜 두 개의 속보가 충돌이지? 하나는 오보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낸 가처분 결정 관련 보도를 보면 가처분이 인용된 건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법원이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을 정지했다는 사실과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는 보도를 동시에 봤을 때는 상반되는 내용이 충돌하는 것처럼 오인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임경빈 작가의 의견처럼 언론이 속보성만 중시해 빠르게 전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정작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해 시민을 혼란스럽게 만든 것입니다.

정확성 떨어지는 속보, 시민 혼란 가중

   
▲ 판결요지 알기 어려운 기사 제목으로 보도한 언론사(8/26) (※ 괄호 안은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나온 8월 26일 언론 보도를 살펴본 결과, 연합뉴스와 뉴스1 등 뉴스통신사를 비롯한 27개 언론사는 기사 제목에 ‘가처분 각하’만 표기하거나 ‘가처분 각하’와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를 병기했습니다. 판결 요지를 알기 어려운 제목인 셈인데요.

   
▲ 판결요지 알기 어려운 기사 제목(8/26)

판결 요지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돼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집행이 정지됐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7개 언론사의 기사 제목만 보면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 전체가 각하됐다고 판단해도 무리는 아닙니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만든 「신문윤리실천요강」은 “제목은 기사의 요약된 내용이나 핵심 내용을 대표해야 하며, 기사 내용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제목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27개 언론사의 기사 제목은 ‘가처분 각하’만 표기하거나 ‘가처분 각하’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를 병기하면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제목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이죠.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뉴스1의 기사는 다른 언론사가 전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보도의 신속성에 앞서 정확성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처분 결정을 빠르게 전하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시민에게 가처분 결정의 판결 요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을 소홀히 하고 말았습니다. MBN, 아시아경제, 서울경제, 뉴스1, 아시아투데이, 내외경제TV는 잘못된 기사 제목으로 속보를 2건이나 냈습니다. 앞선 보도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반복한 것입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 일방적 주장 검증 없이 받아쓴 언론

가처분 결정 직후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인사 일부는 판사가 법원 내 특정 연구모임 소속이라며 “정당 자치를 훼손한 정치적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으로 편향성이 있고 이상한 결과가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화된 것 같다”고 말했는데요. 언론은 주 비대위원장 발언을 검증 없이 받아쓰기했고 비슷한 보도는 우후죽순 쏟아졌습니다. 급기야 8월 26일 밤 서울남부지법이 “(이준석 전 대표 사건 관련 재판장인) 황정수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회원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언론공지문을 발표했습니다.

   
▲ 주호영 비대위원장 주장 검증 없이 전한 언론사(8/26~8/31) (※ 괄호 안은 보도건수) ©민주언론시민연합

관련 보도를 살펴본 결과, 서울남부지법이 언론공지문을 발표하기 전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받아쓴 언론은 총 35개사입니다. 공영방송 KBS와 뉴스통신사 연합뉴스, 뉴시스 등은 주 비대위원장 주장을 그대로 전하며 기사 제목에도 ‘재판장이 특정 연구모임 출신’이라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의 언론공지문 발표 뒤에도 주 비대위원장 주장을 그대로 받아쓴 언론사가 있는데요. 이데일리, 뉴스1, 노컷뉴스, 매일경제, MBN, YTN, 굿모닝충청 등 7개사입니다.

   
▲ 주호영 비대위원장 발언 검증 없이 전한 언론사(8/26~8/31)

따옴표 저널리즘, 일방적 주장을 객관적 사실로 인식할 우려

이런 보도행태는 취재원이 한 말을 검증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로 옮겨놓는 ‘따옴표 저널리즘’에 해당합니다. YTN 라디오 <열린라디오 YTN>(2020년 10월 17일)에서 조수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는 “취재원의 말 또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할 수도 있으니까 이에 대한 상반된 의견도 취재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검증을 한 뒤 하나의 기사로서 실리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선 기사들은 검증을 하기는커녕 일방적 주장을 제목에까지 인용했습니다.

   
▲ 한국 10대 일간지와 해외 주요 일간지 기사 제목 직접 인용구 유무 비율 (출처 : 『기사의 품질(2018)』)

김민환 고려대 미디어학부 명예교수의 제안으로 2016년 시작된 좋은저널리즘연구회는 한국 10대 일간지와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더타임스, 일본 아사히신문의 2016년 기사 자료를 바탕으로 기사 제목의 직접 인용구 유무 비율을 분석했습니다. 기사 제목에 직접 인용구를 사용한 비율이 뉴욕타임스 2.8%, 더타임스 0%, 아사히신문 13.9%인 데 반해, 한국 10대 일간지는 59.1%에 달했습니다. 주요 외신은 따옴표 제목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인데요. 뉴욕타임스는 “제목에 따옴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편집지침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따옴표 제목을 가급적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떤 사람의 일방적 의견이나 주장이 기사제목이 되면 객관적 사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방적 주장이 객관적 사실로 인식될 경우 여론이 왜곡될 위험도 있습니다. 언론이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을 검증 없이 인용하는 행태에 우려의 시선이 이어진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이번에도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주장을 검증 없이 기사에 싣고 제목으로 내거는 한편, 서울남부지법의 사실 확인 후에도 여전히 인용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따옴표씩 인용과 다를 바 없는 기사와 칼럼

주호영 비대위원장 주장을 인용하진 않았지만, 인용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기사와 칼럼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여, ‘주호영 직무정지’ 판사에 원성…6·1지선때도 ‘악연’>(8월 27일 이윤태‧이소정 기자)은 제목에서부터 국민의힘과 가처분 결정을 내린 판사가 ‘악연’이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해당 판사가 특정 연구모임 소속이 아니라는 서울남부지법 설명을 싣긴 했지만, “(해당 판사가) 집권 여당의 지도체제를 뒤흔드는 결정을 내리면서 여권에서는 재판부에 대한 원성이 쏟아졌다”며 국민의힘 주장만 실었습니다. “(해당 판사가) 6‧1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을 곤란하게 만드는 결정들을 내렸다는 점도 다시 부각됐다”며 제목에서 언급한 국민의힘과 해당 판사 간 ‘악연’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뉴데일리 <‘주호영 직무정지’ 황정수 판사…중요 사건마다 국민의힘 지도부 ‘발목’>(8월 27일 어윤수 기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남부지법 설명을 전하긴 했지만, 제목에서부터 해당 판사가 국민의힘 지도부의 ‘발목’을 잡았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소제목엔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이 해당 판사를 비판하는 일방적 주장만 실었습니다.

데일리안 <정기수 칼럼/‘이준석 100대0 완승?’…과연 그럴까?>(8월 30일 정기수 자유기고가)는 재판부 비판을 넘어 비난에 가까운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해당 판사는)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의 초기 핵심 멤버”인데 “(우리법연구회는) 문재인 정권의 법원 요직을 두루 점령한 ‘법조 하나회’”로 “윤석열 정부가 단호히 척결에 나서야 할 개혁 대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설과 칼럼이 의견기사라고는 하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 것은 여느 기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데일리안은 서울남부지법 설명은 물론 삼권분립 원칙마저 무시한 일방적 주장을 ‘칼럼’이라는 형태로 버젓이 내보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8월 26일~3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결정 관련 기사 전체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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