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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
[거리의 시/서해성] 유행병 도시 진단서.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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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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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5  18:00:20
수정 2021.07.15  20: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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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 뜨거운 구름 
정오에 본 인적 끊긴 낯선 도시. 
왕관을 쓴 유행병균 활개 치는 
비정한 도시가 
햇볕에 제 몸을 말리고 있다. 

연극 끝난 무대처럼 
칸칸이 막을 내린 골목 술집 간판에  
개 한 마리 오줌을 누고.
확진자 숫자와 함께 기온이 오르고 있는 
하루가 하루조차 돌보지 않는 
비겁한 도시를 꿉꿉한 공기가 배회한다. 
 
하오 여섯 시 이후 나의 도시는 
행인 없는 
거룩하도록 고요한 도시. 
문명의 폐허 사이로 떠돌아다니는 위생도시는 
날마다 바이러스 틈새에서 힘겹게 태어나고. 

화장실에 거처하는 비누 경찰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순치된 평온한 도시. 
광장과 공원은 문득 증발해버리고
도시 관절마다 살던 나의 불온한 관습은 
보건소 뒤로 추방되었다. 

   

주사 바늘에 꽂힌 도시. 
저마다 이방인으로 서둘러 귀가하는 쓸쓸한 멸균도시.
죽음이 자정마다 통계로 추출되는 
신성한 과학도시 서쪽 
인왕 너머로 거짓말처럼 어김없이 
멀쩡히 해가 진다.

서해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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