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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표현의 자유, 시장규제가 더 위험할 수 있다미국 SNS 운영사들의 표현의 자유 제한,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 위험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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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민언련 정책위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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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2.27  09:37:23
수정 2021.02.27  09: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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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인터넷 개발은 알려져 있다시피 군사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의 모체인 아르파넷(ARPANET)은 1960년대 미국·소련간 냉전 상황에서 새로운 통신망의 필요성으로 개발되었다. 인터넷 개발의 막대한 비용은 평화 시기에는 절대 미국 의회에서 집행되지 않았을 것이지만 냉전의 소용돌이에서 집행되었다. 미국 입장에서 그만큼 국가안보가 중요한 시기였다.

이후 군사 통신망 밀넷(MILNET)이 분리되고, 인터넷은 누구의 지배도 받지 않는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네트워크로 남게 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민영화 시도가 있었지만, 인터넷 가치를 알지 못했던 기업들이 설명회에 참석도 하지 않자 인터넷은 누구의 소유도 아닌 자율적 거버넌스 기구인 비영리단체 아이칸(ICANN)이 관리하게 되었다. 오늘날 인터넷의 국가 도메인 관리는 개별 국가가 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거버넌스는 아직도 아이칸에서 담당하고 있다.

아이칸은 기술과 정책 차원에서 참여하는 네티즌의 토론과 결정으로 인터넷의 기술적 진보를 이루고 전 세계적 표준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칸은 미국 NPO(Non-Profitable Organization 비영리기관)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런 환경은 인터넷이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지난 2021년 1월 트위터·페이스북 등 주요 SNS 업체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사태를 선동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 계정을 삭제했다. 

   
▲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미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앞 복도를 점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인터넷의 자유를 훼손하는 시장규제의 그림자

그러나 최근 미국은 정치적 극단주의 등장과 가짜뉴스로 인해 인터넷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여기서 특징적인 현상이 발견되는데 과거처럼 국가 규제가 아닌 시장규제 형태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 시작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를 난입한 사태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자 사상 초유의 폭력 사태에 대해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운영사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하고 연설 또는 ‘선거 도둑질을 중단하라(stop the steal)’라고 선동하는 콘텐츠를 삭제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극단주의에 반대하여 글로벌 소셜미디어 운영사들의 움직임을 지지하는 여론도 있지만, 과연 시장(기업)이 어떤 권한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느냐는 논쟁은 격화되고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도 크지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하냐는 민주주의 가치 차원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미 유럽 정치지도자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사회정치 의제에 대한 논의를 차단하는 결정을 사기업인 소셜미디어가 해서는 안 되며, 민주적으로 토론하고 규정과 법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 역시 대변인 성명을 통해 표현의 자유는 근본적으로 입법기관에 의한 제한은 받을 수 있지만, 특정 회사의 조처에 따라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이미지 출처=트위터 캡처>

한국 가짜뉴스 규제의 시사점

미국 정치의 혼란상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 운영사들의 표현의 자유 제한은 당장은 필요한 것이라도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큰 위험요소이다. 국민의 여론지지를 빌미로 일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위험한 발상은 천부인권으로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누구에게도 법적 절차나 국민이 대표권을 위임받지 않은 시장(기업)에 의한 자의적 규제가 남발될 경우 더 심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표현의 자유는 인터넷의 역사 속에서 진화된 중요한 가치다. 인터넷은 국가나 시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민주화, 자유주의 운동에 큰 공헌을 했다. 2012년 인터넷은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터넷 장점은 권위주의적인 세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참여이다. 그런데 일부 소셜미디어에서 계정 차단은 인터넷의 장점을 죽여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소셜미디어의 가짜뉴스 또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차단 움직임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법적 제도화가 논의되고 있고, 시장규제도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자칫 시장규제가 강화될 경우 법적 절차가 무시되고 장기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위험성도 있다. 당장의 편의성 때문에 시장규제를 용인할 경우 더 큰 자유권 침해를 넘어 시장규제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가짜뉴스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차단은 단순한 국가나 시장규제에만 맡겨서는 안 되는 다층적 요소를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에서 논의될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http://www.ccdm.or.kr)에도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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